1980년대 후반 분당·일산·평촌 등으로 대표되는 1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이전, 수도권의 주거 확장은 이미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서울을 벗어나 외곽까지 연결하는 수도권 교통망의 구축이 있었으며, 이는 아파트 개발 가능 지역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1970년대 개통된 경부고속도로와 1974년 시작된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서울 생활권의 물리적 범위를 넓히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수도권 외곽의 아파트 단지 형성을 촉진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1기 신도시 계획 이전 단계에서 구조적 기반을 제공했으며, 이후 아파트 중심 도시계획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서울의 물리적 포화와 외곽 분산
1970년대 후반 서울은 도시 내부에서 더 이상의 주거 확장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인구는 계속 유입되고 자가용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출퇴근 수요 역시 급속히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을 벗어난 외곽 지역을 생활권 주거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등장한 외곽 아파트 단지들은 명확한 ‘신도시’라는 명칭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 분산형 주거지의 전조로 평가됩니다. 이 흐름의 핵심에는 국가 주도의 교통 인프라 확장 정책이 있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남부 주거 축의 확대
1970년 7월,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었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이 간선 도로망은 단순한 물류 도로를 넘어 수도권 남부의 도시 확장을 이끄는 물리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 고속도로를 따라 서울 강남·성남·수원·용인 등 남부권 도시가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 1970년대 중반부터 수원 권선지구, 성남 시가지 등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 교외에 거주하면서도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주거지가 등장하면서, 수도권 거주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 중 대표적인 사례는 성남 광주대단지입니다. 서울 내 무허가 판자촌에 거주하던 저소득층을 외곽으로 이주시킨 이 지역은, 이후 ‘성남시’로 승격되며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발전했습니다. 성남은 계획형 도시로서 1기 신도시가 등장하기 전 가장 대표적인 ‘도시 이전형 아파트 거주지’가 되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개통과 역세권 주거지의 출현
1974년 개통된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서울 도심에서 외곽 지역까지 이동 시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1호선은 기존의 경부선과 경인선을 연결해 구로·수원·인천·부천 등 수도권 주요 도시들과 서울을 직접 연결했습니다.
- 외곽 도시에서도 30~5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해지며 교외 주거지가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 이 시기부터 **‘역세권’**이라는 입지 개념이 아파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 1호선 연선을 따라 부천 송내·중동, 수원역 일대, 인천 부평구 등지에 소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아파트 입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으며, 교통 접근성이 가장 중요한 주거 선택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망의 확장은 수도권 전역의 주거 가능 지역을 넓히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수도권 외곽 아파트 단지의 초기 형성과 의미
1975년부터 1985년 사이 수도권에 등장한 아파트 단지들은 아직 ‘신도시’로 불리지는 않았지만, 주거기능과 교통, 생활 인프라를 갖춘 준신도시형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향후 1기 신도시 계획 수립 시 참고 모델로 활용되었으며, 실제로 신도시 정책의 전단계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수원 권선동·매탄동: 경부고속도로 수원IC와 수원역 중심으로 형성된 중밀도 아파트 단지
- 성남 중원구·수정구: 서울 내 철거민 정착지역에서 점차 계획형 아파트 지역으로 변화
- 부천 중동·송내, 인천 구월동: 경인선 철도망과 시외버스 노선을 따라 확대된 주거지
이들 지역은 공통적으로 교통 접근성과 통근 가능성을 기준으로 아파트 입지가 결정되었으며, 단지 중심에 학교·공원·상가가 조성되면서 일상생활 기반도 함께 구축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이후 1기 신도시 계획에 직접 반영되었습니다.
서울 대체 주거지로서 수도권의 역할 변화
서울의 주택 공급은 물리적으로 한계에 도달했고, 이에 따라 수도권 외곽은 서울을 대체할 수 있는 주거지로 정책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초 정부는 국토종합개발계획에 ‘서울 중심-위성 도시 체계’를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이후 수도권은 단순한 도시 외곽이 아닌 생활권 확장과 교통 중심 도시로의 역할을 부여받게 됩니다.
1982년 국토이용계획법 개정과 1985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은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습니다. 정부는 교통 인프라와 주거 공급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도시 정책을 전환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신도시라는 개념이 현실 정책으로 구체화되는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교통망 확충과 도시계획 연계의 구조화

1980년대 중반 이후, 수도권 교통망 확충은 더 정밀한 계획 하에 진행되었습니다.
- 1983년: 제1차 광역도시계획 수립, 서울
수원인천 간 통합 교통체계 정비 - 1985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 인구 분산과 공공기관 이전 근거 마련
- 1986년: 수도권 교통축 정비사업 시행, 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접근성 강화
이러한 정책적 흐름은 교통과 도시계획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를 형성했고, 결국 1989년 이후 시작되는 1기 신도시 건설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마무리: 교통이 공간을 확장하고, 공간이 도시를 결정했습니다
1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전, 수도권은 이미 교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울을 보완하는 주거지로 변모하고 있었습니다. 경부고속도로와 지하철 1호선은 도시의 외연을 넓히는 동력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수도권 외곽 아파트 단지들이 탄생했습니다.
이들 초기 아파트 지역은 단순한 교외 주거지가 아닌, 신도시의 설계적 원형이었으며, 교통과 도시계획의 통합이 주거지 선택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제 수도권은 단순한 서울의 위성도시를 넘어, 스스로 기능을 가진 도시권으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