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는 수도권이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주거지의 스케일과 구조가 획기적으로 변화한 시기였습니다. 1980년대 말 서울 인구는 1,060만 명에 달했으나, 이후 서울 시내 인구는 정체되거나 감소했고, 대신 경기·인천 등 외곽 지역으로 인구 유입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존 주택·교통 인프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이에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가 본격적으로 계획·건설되었습니다.
서울 탈팽창과 신규 주거지 집중
1990년 초반, 서울의 인구는 정점에 도달한 후 감소로 전환되었습니다. 1992년 서울 인구는 약 1,097만 명을 기록했지만 이후 줄어들었고, 이는 도심의 포화와 저출산·통근 등 생활 양식의 변화에 기인했습니다. 이에 반해 수도권 전체 인구는 계속 증가했으며, 1990년대를 기준으로 경기도와 인천은 서울 내부 인구 감소분을 고스란히 흡수했습니다.
이 전환은 ‘위성도시-서울 중심체계’라는 개념을 국가 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도록 했고, 이를 위해 정부는 명확한 신도시 건설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1기 신도시 개발 계획의 수립 배경
1989년 4월, 정부는 ‘200만 호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분당과 일산을 포함한 5개 신도시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해당 계획은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과 고분양가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가 차원의 대규모 택지개발로 대응하려는 첫 시도였습니다.

- 분당신도시(성남): 1989년 착공, 1996년 완공. 농지 중심 지역에서 45만 명 규모의 계획형 도시로 탈바꿈함
- 일산신도시(고양): 1992년부터 조성, 젊은 중산층 중심으로 빠른 인구 유입 시작함
이들은 주택공급 외에도 자족형 단지구성을 목표로 하였지만, 초기에는 통근 위성도시(침대도시)의 한계도 함께 지적되었습니다.
분당신도시: 신도시 모델의 표준
분당신도시는 경기 성남시 일부 농경지를 병합해 조성되었으며, 16개 동, 45만 명 규모의 계획된 주택공급지였습니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교통망 선조성: 분당선 전철 등 철도 중심 교통망 중심지 구축
- 공원·산책로 등 녹지비율 유지
상권·문화시설 동시 조성 및 브랜드 아파트 중심의 중산층 주거욕구 충족이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탄천을 따라 조성된 공원과 강변산책로는 분당의 매력적 주거환경으로 적극 홍보되었습니다.
일산신도시: 북부권 성장축의 시작
일산신도시는 서울 북서부 일대를 대상으로 조성된 계획형 도시로, 호수공원, 대규모 상업공간(웨스턴돔, 라페스타) 등 도시기반이 포함되었습니다. 1992년 조성 시작 이후 단기간 주거 공급 및 정착이 이뤄졌고, 상업·문화 기능 강화로 ‘자족성’이 빠르게 구축되었습니다.

젊은 중산층 가족이 주거 수요의 최초 그룹으로 유입되었으며, 이는 기존 침대도시의 한계를 벗어나 생활권 중심 신도시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평촌·산본·중동: 중소규모 분산형 신도시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부천 중동 신도시도 1기 신도시 범주에 속하며, 분당·일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인근 구도시와의 연계성을 고려한 완충형 택지개발로 계획되었습니다. 이들은 중소 아파트 단지 중심의 주거환경을 제공하며 서울 접근성을 고려한 교통망 집중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들 신도시는 지역 균형 발전과 주거 다변화를 위한 정책적 시도였습니다.
신도시 개발의 구조적 의의
서울 인구 정체·감소라는 정보 기반에서 주거 기능이 분산되었고, 교통망과 도시계획의 통합 모델이 실현되었습니다. 침대도시 극복을 위한 자족 기능 강화 시도가 이어졌으며, 브랜드 아파트 소비문화의 확산 기반도 함께 마련되었습니다.
이로써 신도시는 단순한 주택지가 아니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기능을 내포한 자족도시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계와 문제: 자족도시로서의 부족
신도시는 여전히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초기 자족성 부족으로 분당 등 일부는 상업지역 성장에 시간 소요가 있었으며, 교통 집중 및 출퇴근 문제도 지속되었습니다. 또 신도시 간 격차 문제도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후 2기, 3기 신도시 개발 시 자족성 확보, 교통 인프라 조기 투자, 공공편의시설 확충 등의 전략이 강조되었습니다.
인구 분산 효과: 수도권의 균형 변화
1990년대 말 기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에는 약 117만 세대, 300만 명 규모 인구가 체류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수도권 균형발전 정책의 성과로 인정됩니다. 서울 인구 감소에도 수도권 인구 총량은 증가하였고, 서울 중심 주거 구성의 스펙트럼이 외곽지·신도시 기반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마무리: 신도시는 단지 ‘주택’이 아니라 ‘도시의 형태’를 바꾼 사건
1990년대 1기 신도시는 수도권의 주거지 분산, 교통과 도시계획의 융합, 브랜드 아파트 시장 확산을 이끌며 한국 도시계획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이후 2000년대 2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흐름의 구조적 기반으로 작용하였습니다. 다음 7편에서는 〈1기 신도시 아파트의 구조와 평면 설계 특징 – ’30평대 전성시대’와 주거 문화의 변화〉를 다루겠습니다.